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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듬 매개성과 정치적 양분사회: 기술과 사회심리의 상호작용효과

2020년 5월 12일

황용석 (교수, 건국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디지털기술과 민주주의는 밀접한 관계를 가져왔다. 기술의 변화가 시민의 정보습득, 참여방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시대에 알고리듬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술은 정치 및 정보매개자로서 사회의 접착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알고리듬은 우리의 일상 현실을 재구성하고 정보생산 및 소비양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알고리듬은 단순한 매개자가 아니라 사회구조와 인간의 인식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알고리듬은 입력데이터와 모델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편향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알고리즘 편향의 결과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우선, 차별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알고리듬의 차별은 의도적인 차별적 처우와 결과에 의해 발생하는 차별적 효과로 구분해서 설명할 수 있다. 전자는 설계상의 문제이고, 후자는 학습 데이터에 의한 문제이다. 또한 알고리듬은 사람들의 인지나 판단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정보의 배열순서만 바꾸어도 정치후보자에 대한 태도가 변화하고, 제공하는 소셜미디어 상의 감정전이가 일어난다. 알고리듬은 전달하는 내용과 관계없이 그 자체로 고유한 효과를 만든다.

알고리듬은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적 갈등, 특히 좌우 이념과 의견대립으로 나타나는 사회의 양극화와 분리할 수 없다. 필터버블과, 에코챔버와 같은 용어로 대변되는 온라인상의 소통단절과 분극화 현상은 알고리즘 효과와 연관이 있다. 필터버블은 이용자의 개인맞춤 알고리듬에 의해 생기는 정보편식현상을 의미하며, 이용자가 제한된 주제의 정보에 갇혀 정보의 다양성과 여론지각의 균형성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필터버블은 같은 정보를 공유하는 유유상종의 정보 및 의견집단을 형성시켜, 사회적 분극화를 부추기는 원인의 하나이다. 유사한 집단 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은 또 다른 심리적 기제인 동조화 효과를 양산하고 그 결과 집단극화가 일어난다.

에코챔버효과는 밀폐된 반향실에서 자신과 같은 목소리가 메아리치고 증폭되는 현상이다. 디지털공간에서 유사한 사람들끼리만 소통하게 되어 점차적으로 편향된 사고가 강화되는 효과를 뜻한다. 네트워크 관점에서 보면 이런 현상을 호모필리 또는 유유상종 효과라고 부를 수 있다. 필터버블과 에코챔버는 사람들의 확증편향을 강화시켜서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를 셍신하고 유통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알고리듬에 의해 매개되는 편향된 여론지각 환경과 닫힌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우리 사회를 양분시키고 각각의 집단이 극단의 방향으로 움직이게 한다. 언론과 같은 전통적 정치매개집단의 신뢰와 영향력이 낮은 가운데,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알고리듬의 영향으로부터 자율적인 판단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판단할 수 있는 판단기준의 제시, 다양한 이견의 교차성, 다른 생각을 인정하는 관용, 대화와 표현능력이 필요하다. 기술을 매개로 연결되는 관계 속에서 시민주의 능력(civic competence) 점점 중요해 지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리터시에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알고리듬이 작동되는 방식을 어떻게 설명하는가에 따라 알고리듬의 결과물을 받아들이는 비판적 능력이 달라진다. 따라서 알고리듬의 설명책임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를 디지털플랫폼 사업자들이 고민해야 한다